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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기

[2021-01-31] 복계산 - 사통팔달 조망처인 헬기장을 잊어버리다

복계산 - 사통팔달 조망처인 헬기장을 잊어버리다

[산행 일시] 2021. 01. 31(일) 10:26~16:50(6시간 24분 // 산행시간 : 4시간 29분 / 휴식시간 : 1시간 55분)

[날       씨] 맑음 / 미세먼지

[산행 인원] 김창주·두점민, 조한근, 성봉현

[접       근] 서울(신내동) → 철원 매월산장(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 222-5) : 자차(조한근)

[이       탈] 철원 매월산장 → 서울(신내동) : 자차(조한근)

[산행 시간] 주차장(매월산장, 10:26) → 매월대폭포(10:40~10:42) → 노송쉼터(11:07) → '복계산 1지점'(11:43~11:46)

                 → 헬기장(11:55) → '철쭉로' 이정표(복계산 정상 500m, 12:22~13:58) → '복계산 2지점'(14:14)

                 → 복계산(정상석, 14:20~14:29) → '복계산 2지점'(14:34) → 이정표(복계산 정상 0.9km, 15:03)

                 → 이정표(복계산 정상 1,520m, 15:36) → 돌탑(15:58~16:03) → 통큰폭포산장(16:44) → 주차장(16:50)

[산행 지도] 1:50,000 갈말·화천(국토지리정보원 1:25,000 2013년 온맵 편집) / 인터넷 자료

 

[구글 어스]

2021-01-31_철원 복계산.gpx
0.34MB

 

[산행 기록]

1월의 마지막 날이자 일요일인 오늘, 느지막한 아침 공기가 시원하게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구리에서 출발했다는 창주의 전화를 받고 아파트 정문으로 나가니 봉천동에서 출발하여 구리시 교문동 창주집을 경유한 한근의 차가 오는 것이 보인다. 화창한 하늘을 보면서 서울을 벗어나 47번 국도따라 도착한 강원도에는 지난 금요일에 내린 눈이 조금씩 보인다. 이어 47번 국도에서 56번 국지도로 방향을 바꾸고 신술터널을 통과하여 매월동에서 매월산장으로 방향을 급하게 틀어가는 도로에는 아직도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미끄럽기만 하다. 조심조심 운전하여 도착한 주차장, 좌측으로 매월산장이 보이고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여러 대의 차량들이 있다. 차에서 내렸지만 차가운 공기에 자켓을 벗지 못하고 복장을 정리한 후 매월대폭포를 향해 복계산 원점회귀 산행을 시작한다(10:26).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그 우측편에 커다란 '복계산 종합 안내도'가 있는데 우리는 오늘 안내도의 A코스로 복계산에 오른 후 D코스인 수피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C코스로 하산하여 현위치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종합 안내도에는 다음과 같이 복계산에 대해 적혀 있다.

 

         복계산(福桂山)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육단리에 위치(동경 127.30 북위 38.7)한 복계산(福桂山)은 표고 1,057.2m이며 광주산맥(廣州山脈)에 속하며, 남과 북으로 대성산(大成山, 1,174.7m)과 복주산(伏主山 1,154.2m)에 접하고 있다.

복계산 기슭(595m)에 조선시대 단종(端宗)의 폐위에 반대하여 낙향한 생육신의 한 분인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1435년~1493년)이 은거하였다는 매월대(梅月臺)라는 높이 40m의 깍아 세운듯한 층층절벽이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김시습 등 8의사가 매월대에 바둑판을 새겨두고 바둑을 두며 단종(端宗) 복위를 도모했다고 전해진다.

맞은편의 매월대(梅月臺)폭포라고도 불리는 선암(仙巖)폭포는 철원 8경의 하나로 복계산 삼곡에서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물이 괴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데 눈꽃이 날리는 것과 같은 기경(奇警)을 이루며 속진(俗塵)을 씻어주는 것과 같다.

정상에 오르면 남쪽으로 수피령을 지나 이어진 한북정맥을 따라 복주산, 상해봉 및 광덕산이 한눈에 보이고, 북쪽으로 오성산(1,062m) 등 북녘의 산하가 점점이 펼쳐진다.

 

         매월대 폭포

매월대는 생육신의 한사람인 김시습 선생과 8의사가 수양대군의 왕위찬탈에 비분한 나머지 관직을 버리고 이 일대 산촌으로 은거하여 소일하던 곳으로, 복계산 기슭 해발 595m 산정에 위치한 깎아 세운 듯한 40m 높이의 층암절벽 (일명:선암)을 말한다.

전설에 따르면 아홉 선비는 이 암반에 바둑판을 새겨놓고 바둑을 두며 단종의 복위를 도모했던 곳이라 전해온다. 그 후 사람들은 이 바위를 김시습의 호를 빌어 매월대라 부르게 되었다. 매월대 정상에서 동쪽으로 1km 정도에는 매월 대폭포가 있어 사계절 장관을 이루는 명소이다.

이곳으로 통하는 등산로를 따라 해발 1,057m의 복계산을 등산할 수 있으며, 복계산은 철원 지역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는 3대 명산으로 38선에서 북쪽으로 25km 거리에 있으며 수도권에서는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산행지이다.

 

복계산 종합 안내도의 첫 문장에 나오는 광주산맥(廣州山脈)과 마지막 문장의 한북정맥 문구를 보면서 산줄기 체계에 대한 인식의 아쉬움을 느꼈는데 이제는 일제 강점기에 쓰였던 표현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산줄기 체제를 따라야 할 듯 싶다. 즉 광주산맥이란 표현은 1903년 일본 지질학자 고또 분지로가 지질 구조도를 발표하면서 명명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산경표에서는 산줄기가 분수계를 이루어 하천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산지 인식 체계는 하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활권과 문화권을 파악할 수 있는 점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 따라서 광주산맥이라는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아닌 우리 조상들의 유산인 산경표에 따른 산줄기 명칭을 따라 한북정맥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리 좌측편의 산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주차장에서 보았던 산꾼들이 우리를 지나쳐 올라가는데 그들의 배낭에 매달린 헬멧을 보니 아마도 매월대폭포에서 빙벽 등반을 하려나 보다. 별빛산장을 지나 우리를 추월한 그들의 뒤를 따라 도착한 매월대폭포에는 여러 명의 빙벽꾼들이 보인다(10:40). 상하단으로 구분된 매월대폭포의 하단부를 오르는 모습에서 빙폭의 높이를 가름해 보니 십여 미터 조금 넘는 것 같은데 오를만 하면 내려와야 하는 짧은 길이의 빙폭은 초보들의 훈련장으로 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근처에 서 있는 복계산 안내문에는 약 30m 높이의 폭포라고 적혀 있다. 그들의 모습을 잠시 보고서 이정표 상 400m 떨어진 노송쉼터를 향해 발걸음을 이어간다(10:42).

 

나무 계단을 올라서면 바위 지대가 나오며 커다란 너덜 바위같은 곳을 또 한번 더 올라 나무 계단을 만난다. 오르는가 싶으면 내려서는 나무 계단의 등산로, 그리고 나서 조금만 올라가면 철제 이정표[↑삼각봉 850m ↓매월대폭포 400m]가 있는 전망 쉼터가 나오는데 이곳이 노송쉼터인 듯하다(11:07). 지난 금요일 내린 눈이 아직도 남아 있는 산길을 따라 좌우로 볼 것이 없는 그저 그런 풍경만 보면서 올라갈 뿐이다. 눈의 흔적만 남은 곳도 지나고 참나무 수피에서 더부살이하는 이름 모를 버섯류를 보다 보니 어느새 좌측편 아래로 56번 국지도가 내려다 보이는데 저 도로를 따라 북진하다가 육단리에서 다목리 방향으로 남동진하면 한북정맥 상의 수피령을 지날 것이다. 산줄기 산행을 시작하였던 한북정맥 상의 수피령 생각에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짧은 상념의 시간을 접고 다시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서니 이내 '복계산 1지점' 안내판이 맞이하여 주는데 안내판에는 이곳을 삼각봉이라 표시하고 있다(11:43).

 

헬기장까지 300m 남았다는 철제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잠시 멈춘 발걸음을 다시 시작한다(11:46). 십여 분을 올라 도착한 헬기장은 사용이 불가한 상태로 변했는데 좌측에 길이 보여 순간 한북정맥 수피령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헬기장으로 착각하였고 이 생각은 복계산에 이를 때까지 지워지질 않았다. 지금까지와 달리 완만해진 능선을 따라 복계산을 보면서 걸어가는 산길에 반갑지 않은 바람이 동행하자고 한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거센 바람에 발걸음이 늦어지는 데다가 허기를 느끼지만 마땅한 장소가 보이질 않을 뿐더러 복계산 정상을 코앞에 두고 거친 오름길이 기다리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얼마 남지 않은 복계산 정상에서 해결하자고 하면서 걷는다. 중간에 만나는 군 벙커 시설이 자꾸만 눈에 띄니 더 이상 가는 것도 힘들겠다는 생각에 '철쪽로'라 적힌 이정표[↑복계산 정상 500m ↓헬기장 800m]가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12:22).

 

전날부터 카카오 톡으로 텐트를 이야기하는 한근의 성화에 못 이겨 챙겨온 2~3인용 텐트를 세운다. 1984년 3월 경에 나 홀로 야영 산행을 위해 코오롱스포츠에서 독일 살레와(SALEWA)사 제품을 직수입한 텐트를 구입하였던 것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 사용을 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바람을 피해 아늑한 점심을 먹을 수 있었으니 모두들 만족하였다. 귀곡산장 소리를 내면서 엄습하는 바람에 관계없이 느긋하게 즐긴 점심 식사를 끝내고 아니 머문 듯 자리를 정리한다 하였지만 텐트가 세워졌던 자리의 눈이 녹은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이젠을 착용한 후 복계산 정상까지 500m 남았다는 이정표를 뒤로 하고 멈추었던 산행을 다시 시작한다(13:58).

 

정상에 오르는 길이 수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는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발걸음, 시간이 늦은 것인가 마주치는 산꾼이 없다. 제법 경사진 오름길에 '복계산 2지점' 안내판이 세워진 삼거리를 만나는데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은 주차장으로 이어진다(14:14). 이제 지척의 복계산 정상을 향해 조금만 걸어가다가 커다란 바위를 보면서 좌측길로 돌아서 올라가니 '복계산 1057.2m'라 음각된 정상석을 만나는데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두 명의 산꾼들이 정상을 지키고 있다(14:20). 맑은 날이지만 미세먼지로 원거리 시계가 막히는 아쉬움을 느끼면서 주변 조망을 하는 동안에도 산세 파악의 오판이 이어진다. 수피령 방향으로 걸어가 한북정맥 산줄기를 따르다가 우측편 산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산길로 걸으려고 생각하였지만 오늘 산행은 이곳에서 복계산 2지점 방향으로 되돌아 내려가서 주차장을 향한 계곡능선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더불어 이곳에서 한북정맥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이곳에서의 조망이 일품이지만 이것마저 잊어버렸다. 정상석을 뒤로 하고 올라왔던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간다(14:29).

 

이내 다시 도착한 '복계산 2지점' 안내판 앞 삼거리에서 좌측길로 방향을 틀어 2.8km 떨어진 등산로 입구를 향해 내려간다(14:34). 우리가 하산할 능선으로는 아무도 지나지 않았는지 신설에 남겨진 흔적은 토끼로 보이는 동물의 발자국 뿐이다. 일기 예보 상으로는 오늘 매우 추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따뜻해진 날씨로 습설이 되어버려 옮기는 발걸음마다 아이젠에 뭉쳐지는 스노우 볼로 눈이 없어져 뒤돌아보면 내가 걸은 자국마다 흙길의 모습이 나타난다. 반면 그 덕분에 발걸음이 불편해지니 수시로 아이젠에 붙은 스노우 볼을 털어내느라 애꿎은 나무나 돌덩이를 걷어찬다. 주변으로 볼 것이 없는 산등성이에 선답자의 발자국마저 눈으로 지워졌으니 그저 감각만으로 길을 찾아 내려가는 발걸음, 한참 내려왔다고 생각들 즈음 이정표[↓복계산 정상 0.9km ↗등산로 입구 2.0km]를 만난다(15:03).

 

앞쪽으로 보이는 구릉의 우사면으로 우회하여 완만하게 이어지던 산길에 또 다른 이정표[↓복계산 정상(1085m) →등산로 입구(1935m)]를 만나고 산길은 계속해서 능선의 우측편으로 내려가라 한다(15:18). 이제 다시 조금씩 가팔러지는 내리막 능선길에 이정표[↑등산로 입구(1500m) ↓복계산 정상(1520m)]를 지나면 계곡이 가까워지는 것인지 너덜길이 나오면서 적설 상태도 얼마 되지를 않는다. 한여름이라면 지나기 괴로울 정도로 울창해질 덩굴 사이로 이어지는 너덜의 내리막길에 만난 큰 바윗덩어리 위에 누군가 만든 작은 돌탑처럼 느껴지는 돌무더기가 있는 곳에서 피곤한 발걸음을 잠시 쉬어간다(15:58~16:03).

 

급한 내리막길에 너덜까지 하산길이 피곤한 데 휴대폰의 오룩스맵 지형도를 보니 계곡이 그리 멀지 않지만 아직도 급경사가 계속된다고 하니 여전히 발걸음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한참을 더 내려가서야 만나는 계곡, 하지만 그마저도 좌사면의 능선을 따라 위태롭게 걸어가다가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로 소복하게 쌓인 눈에 우리의 발자국을 남기며 내려선다(16:34). 잠시 얼어붙은 계곡으로 걸었지만 이내 다시금 우측편 산길로 올라서서 걸어가라 하고 완만해진 계곡 능선은 한여름이라면 제법 많은 피서객들로 북적거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편안해진 계곡 능선길을 따라 걷다가 만난 '구제불능 원정대'라 적힌 플라스틱 깃발에 일행 모두 잠시 실소를 금치 못한다. 생각했던 대로 여름철 피서지인지 천막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이내 여러 개의 천막을 더 만난다(16:44). 아울러 천막을 관리하는 듯한 주인장의 가옥으로 짐작되는 건물의 기와지붕 위로 우람하게 보이는 매월대(595m)에 시선을 빼앗긴다. 매월대를 보면서 조금 걸어가다 보니 통큰폭포산장 간판이 보이고 자잘한 파쇄석이 깔린 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아침에 보았던 다리를 건너 별빛산장 갈림길을 지나 우리가 타고 온 차량이 있는 주차장에 도착함으로써 복계산 산행이 끝났다(16:50).

 

강원도 깊은 산골의 복계산, 정상에서 조금 떨어진 헬기장에서의 조망을 놓친 것이 아쉽지만 그것을 핑계로 또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아이젠을 풀고 복장을 정리한 후 아침에 올 때와 달리 눈이 모두 녹아버린 도로를 따라 매월동 삼거리에 도착, 56번 국지도를 경유하여 구리 창주집을 거쳐 신내동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내린다. 삼 년 모자라는 사십여 년 동안 나와 함께 했던 살레와 텐트를 한근의 차량에 남겨 놓은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