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팀 합동산행-11] 합천 가야산 - 시선을 자꾸만 빼앗는 암릉의 만물상
[산행일시] 2012.04.22(일) 10:07~16:36(6시간 29분)
[날 씨] 맑음
[산행인원] 14명(서울팀 4명, 대구팀 10명 / 존칭 생략)
(서울팀) 하이맛, 범솥말, 조부근, 성봉현
(대구팀) 참사랑산악회 회원 10명
[접 근] 서울역 → 동대구역 : 열차(KTX) / 동대구역 → 백운동주차장 : 대구팀 자차
[이 탈] 해인사→동대구역 : 대구팀 자차 / 동대구역 → 서울역 : 열차(KTX)
[산행시간] 백운동주차장(10:07) → 백운동탐방지원센터(10:15) → 성터(11:12) → 상아덤(서장대, 12:18)
→ 서성재(12:32~13:08) → 칠불봉(1432m, 13:55~14:03) → 상왕봉(우두봉/1430m, 14:12~14:23)
→ 석조여래입상(14:52~14:54) → 해인사(16:16) → 59번 국도(소리길 시종점, 16:36) → 홍류문(17:18)
[산행지도] 영진 5만지도(영진출판사 2011년 1월 인쇄본), 국제신문사 가야산 등산지도
[산행기록]
상당히 추웠던 지난 겨울도 세월의 흐름에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해가 바뀌면서 봄이 찾아오고 시간이 흘러 벌써 4월이 된다. 4월이면 서울의 홀로산꾼들이 대구로 내려가 참사랑산악회 회원들과 합류하여 산행을 하는 달이다. 3월 초순경, 금오산과 가야산의 두 산을 놓고 의견을 모은 결과 가야산으로 결정하였으니 남은 것은 대구팀을 만나러 가는 4월 24일 일요일까지의 시간이다.
이른 아침 서울역에서 모인 4명의 홀로산꾼들은 부산행 KTX 열차에 승차하여 예정된 시간에 동대구역에 도착하고, 마중나온 대구 참사랑산악회의 회원들과 합류하여 세 대의 차량에 분승한다. 동대구역을 출발한 차량들은 이내 동대구IC로 고속도로에 올라선 후 합천 방향으로 달려가는데 얼마나 갔을까, 건물만 만들어 놓은 채 아직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휴게소로 진입하여 주차를 한 후 아침을 먹는다.
화창한 하늘선을 보며 가는 길은 편도 2차로의 차선이 1차로로 바뀌는가 싶더니만 이내 합천 방향으로 빠져 나간다. 좌측의 고속도로와 나란히 가는 1084번 지방도는 잠시 후 59번 국도 야천삼거리에 이르고 팔만대장경 행사장 건물을 보면서 우측으로 올라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르다가 가야산국민호텔 방향으로 진입한다. 그리고는 이내 백운동주차장에 도착하는데 서울에는 떨어져 버린 벚꽃이 만개한 채 우리를 맞이하여 준다. 서울보다 위도 상으로 남쪽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벚꽃이 만개한 것은 해발고도가 높아 기온이 낮아서이지 싶다.
간단한 몸풀기 운동 및 산행 준비를 하고 가야산을 보면서 윗편의 상가를 지난다.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을 지나 만나는 백운동탐방지원센터 앞에는 산악회에서 온 많은 산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탐방지원센터 우측편의 다리를 건너 올라가는 옹기골 방향의 산길도 있지만 오늘 우리의 여정은 만물상 능선이므로 좌측으로 보이는 계수기를 통과하여야 한다(10:15).
탐방객 계수기를 통과하니 등산로는 좁은 산길로 이어져 자연스레 일렬로 진행해야만 한다. 무리지어 오르던 등산객들이 고도가 높아지면서 발걸음 속도의 차이로 좀 더 작은 그룹으로 다시금 분리되고 계속해서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팀별로 뭉쳐 진행하게 된다. 산길 좌우로 조망을 막았던 나무들이 서서히 멀어지더니만 이윽고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는데 백운동주차장에서 1.2km를 올라왔다는 이정표가 있는 곳이다(10:40). 올라왔던 길을 뒤돌아 내려다보니 가야산국민호텔과 백운동주차장이 보이고 그 너머로 아름다운 산줄기가 손짓한다.
이제 흙길이었던 등산로는 암릉길로 바뀌면서 산행객의 안전을 고려하여 설치된 나무계단길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길에 피어있는 진달래가 눈을 즐겁게 해주고 나무계단길을 올라서면 아기자기한 암릉의 만물상 능선이 보인다. 우측으로는 경상남도와 경상북도의 도계를 그리는 능선이 시선을 가로막지만 암릉 사이로 요리조리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걷다보니 이정표[↑서성재 2.0km ↓백운동주차장 1.6km]가 나온다(11:00).
커다란 바위를 좌측으로 우회하는 나무계단길 아래의 심원골에서는 어제의 비 때문인지 물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려오고 암릉길을 따라 걷다가 뒤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잠시 시선을 빼앗아 간다. 그냥 머물러 한참을 보고싶지 하는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금 서성재를 향해 올라간다. 오르는 도중 계단 밑을 유심히 살펴보니 인위적인 계단길을 만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올랐을까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잠시 후 서성재까지 1.7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오고 좀더 걸으면 산길 좌측의 낭떠러지에 돌덩어리들이 보이는데 부산일보에 안내된 지도를 보면 이곳을 산성터로 표기하고 있다(11:12).
앞쪽의 거대한 돌덩어리 구릉으로 이어지는 계단길을 오르는 산객들을 잠시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저 눈이 즐겁기만 한데 돌들의 잔치장 같은 이곳 만물상 능선을 딱히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지만 하여튼 시선을 빼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어쩌면 나만 그런 것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은 암릉 구릉을 넘고 바윗길을 지나 오르다가 커다란 바위 사이에 걸쳐있는 짧은 나무계단 아래로 지난다. 나무계단에 올라서면 멀리 칠불봉과 상왕봉이 보이고 자잘한 나뭇가지로 만든 듯한 융단으로 덮여있는 서성재, 그 연속선 상의 좌측 끝에는 서장대로 불리우는 상아덤 정상이 뾰족하게 보인다(11:39~11:45). 만물상 능선에 꼭꼭 숨어있다가 처음으로 얼굴을 보여주는 칠불봉과 상왕봉(우두봉)의 하늘선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아울러 바로 앞에 있는 손가락 모양의 커다란 바위 아래에는 언제 앞서갔는지 조부근씨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넓은 바위에 걸쳐앉아 이곳에 있는 팀원들끼라 단체사진을 촬영한다.
뾰족하게 솟은 바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니 이정표는 서성재까지 1.2km 남았다고 알려주고(11:47) 좌측 아래로 돌아 내려가 오르는 나무계단길에는 '머리조심'이라는 문구가 적인 안내판이 보인다(11:52). 위를 보지않고 그냥 오르다가는 커다란 바위와 박치기 한 방 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지나온 능선길이 자꾸만 눈길을 사로잡아 멋드러진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곳에서 다시금 뒤돌아본다. 아기자기한 암릉의 돌잔치길... 설악산 울산바위 릿지의 한 길인 돌잔치길 이름이 떠오른다. 나무계단길을 내려선 안부에서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하는 정말 아름다운 암릉의 능선으로, 이곳의 이정표에는 서성재까지 0.7km, 백운동주차장은 2.9km 떨어져 있다고 표기되어 있다(12:03).
안부에서 쉬엄쉬엄 올라가다 보면 '상아(嫦娥)덤' 안내판을 만나는데(12:18)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아(嫦娥)덤
소재지 :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산56-2번지
가야산은 6가야국의 주산[主山]으로서, 이곳 상아덤은 용기골에서 정상에 오르는 성[城]터에 우뚝 솟아 삼리등[三里登]이라고도 하며, 가망 사백리[可望 四百里]의 성봉[聖峰]이다.
옛 가야산에는 높고 성스러운 기품과 아름다운 용모, 착한 마음을 지닌 정견모주[正見母主]라는 여신[女神]이 살고 있었다.
여신은 백성들의 살기 좋은 터전을 닦아주기로 큰 뜻을 품고 정성을 다하여 소원을 빌자, 여신의 정성을 가상히 여긴 하늘신 이질하[天神 夷毗訶]가 어느 봄날 오색 꽃구름 수레를 타고 이곳 상아덤에 내려와 부부가 되어 옥동자를 낳았는데, 형의 얼굴은 아버지인 천신을 닮아 해와 같이 둥그스럼하고 불그레하였으며, 아우의 얼굴은 어머니인 여신을 닮아 갸름하고 흰 편이었다.
형의 이름은 뇌질주일[惱窒朱日]이라 하였고 아우는 뇌질청예[惱窒靑裔]라 하였는데, 형 뇌질주일은 자라서 대가야국의 첫임금 '이진아시왕'이 되었고 아우 뇌질청예는 금관가야국 시조 '수로왕'이 되었다.
상아덤은 기암괴석의 봉우리로 가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물상[萬物像] 능선과 이어져 있어, 집단 시설지 ↔ 만물상 ↔ 상아덤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천하 절경의 등산로이다.
이곳을 서장대 또는 서성재라고 부르고 있으나 상아덤이 본래의 이름이다.
[자료 : 신증동국여지승람, 석리청전, 성주 마을지]
그리고 네이버 국어사전을 보면 '상아(嫦娥)'는 달 속에 있다는 전설 속의 선녀이고 '덤'은 바위의 경남 방언이라고 한다. 즉, 달 속에 있다는 전설 속의 선녀바위라고 해석을 해야 하는 것일까 …
이곳에서 우측으로 일반 등로가 이어지지만 몇 명은 상아덤 안내판 뒷편의 좁은 바윗틈으로 통과하여 진행한다. 상아덤 정상 아랫부분으로 돌아가는 우회로인지 윗편으로 우리 팀들이 보이고 이내 길은 다시 합류된다. 돌로 다듬어진 등산로가 끝나고 흙길로 이어지다가 만나는 공터에서 인원을 확인해보니 두 명이 없다. 전화 통화를 해보지만 연락이 되질않는 것이 아마도 서성재에서 기다리겠지 하면서 때 이른 더위를 식힐 겸 겸사겸사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면서 잠시 쉬었다가 일어난다.
몇 걸음 걷지않아 우리를 기다리는 두 명을 만나니 어이없는 헛웃음만 나오고 잠시 후 우측편 옹기골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서성재에 도착하는데 '서성재지킴터' 초소가 있다(12:32). 앞서 도착한 많은 등산객들이 자리잡고 있는 와중에 우리도 계단 옆쪽의 한편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차린다. 제철의 야채가 곁들여진 산상의 만찬에 빠질 수 없는 막걸리를 아이스팩에 넣어온 참사랑산악회의 회원님을 비롯하여 각자 준비한 음식들로 산상의 점심상은 푸짐하다 못해 진수성찬이 따로 없는 듯하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짧지만 포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던 점심을 끝내고 칠불봉을 향해 일어선다(13:08).
주변 정리를 마친 후 산죽 사이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산길은 식후 포만감으로 힘들어진다. 원래 오름길을 나두고 식사를 하지 않는 버릇 때문인지 사백 미터를 올랐다는 이정표를 만나는데 14분이나 소요되었다. 칠불봉까지 남은 거리는 팔백 미터, 다시 한 번 비탈길이 시작되는 것인지 고도를 조금씩 가파르게 올려간다.
돌탑인 듯한 돌무더기를 지나고 바위 능선으로 이어지는 칠불봉 오름길에 졸졸졸 흐르는 물길이 보인다. 이런 높은 곳 그것도 돌산인 곳에 물길이 형성되었을리는 만무하니 아마도 전날 내린 빗물이 흐르는 것이리라. 다시금 오름길이 적응되는지 수월해진 발걸음이지만 대구팀의 동갑내기인 한 명과 함께 하는 산길은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암릉과 제법 경사진 오름의 계단길 영향인지 무릎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친구를 뒤에서 부축이면서 오르는 중으로 오름길의 철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만나는 이정표에는 칠불봉까지 0.3km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다(13:42).
너덜같은 돌길은 철계단길과 번갈아 나타나고 그렇게 다소 급하게 올려쳐야 하는 산길은 암릉에 세워진 이정표[←0.2km 상왕봉 ↓(서성재 1.2km/백운동주차장 4.4km)]가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13:55). 우측으로 돌덩어리의 좁은 공간에 세워진 칠불봉 정상석이 빤히 보이는 곳으로 마지막 계단길을 오른다.
한 이십여 명이 머물 수 있는 좁은 공간에 세워진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촬영하기 위하여 모여든 산님들 … 우리 팀들도 이들과 함께 기다리다가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본다. 정상석의 뒷편에는 '慶尙北道 星州郡 伽泉面 法田里 山162番地'라고 새겨져 있고, 삼각점[가야 26 / 2003 재설]이 있다. 우리가 '가야산' 하면 흔히들 경남 합천군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정상은 경북 성주군에 속해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해인사의 유명세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경북 성주군 가천면 일대의 산들이 마치 섬처럼 보이고 그 너머 멀리 보이는 산줄기가 쾌청한 하늘과 맞닿아 그리는 하늘선, 그 장쾌한 모습을 뒤로하면 이번에는 상왕봉(우두봉) 너머로 멀리 떨어져 있는 백두대간이 하늘선을 그리고 있다. 조금 더 머물고 싶지만 이제는 해인사로 내려가야 할 길이 남아 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왔던 길로 돌아간다(14:03).
이정표를 등지고 이제는 내리막길로 바뀐 계단길을 내려가는데 아직도 음지에는 눈얼음이 남아 있는 것이 보인다. 봄이 실종된 채 초여름을 방불케 하던 날씨와는 달리 이곳에는 아직도 눈얼음이 남았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상왕봉이 올려다 보이는 넓은 공터에는 이정표[←3.9km 해인사 ↓칠불봉 0.1km →상왕봉 0.1km]가 세워져 있으며 거대한 바위 봉우리인 상왕봉으로 올라가는 길 역시 철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14:09).
제법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선 바위 능선에는 좌측으로 '伽倻山 牛頭峰'이라고 새겨진 정상석이 보이지만(14:12) 우측 칠불봉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가야19명소의 하나인 가야산 꼭대기에 있는 샘 '우비정(牛鼻井)'이 있다.
泉自金牛鼻孔通 (천자금우비공통) 우물이 금우(金牛)의 콧구멍 속으로 통해 있으니
天將靈液寘巃嵷 (천장령액치롱종) 하늘이 신령스런 물을 높은 산에 두었도다.
倘能一揷淸穿肺 (당능일삽청천폐) 혹 한번 마신다면 청량함이 가슴속을 찌르니
頃刻翩翩遠御風 (경각편편원어풍) 순식간에 훨훨 바람타고 멀리 날아가리라.
* 가야산은 우두산(牛頭山)으로도 불리는데, 우비정은 그 코의 위치에 해당한다.
- 우비정 안내문 일부
안내문을 보면 우비정의 물 한모금을 마시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훨훨 날아가리라 하였는데 차라리 해인사까지 걸어서 내려가면 갔지 절대 마시지는 못하겠더라. 하지만 우비정에서 보는 칠불봉은 또 다른 형상으로 보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칠불봉과 달리 상당히 넓은 우두봉 정상석 앞 역시 칠불봉에서처럼 사진을 촬영하려는 등산객들로 아우성인데 이곳 우두봉의 정상석 앞면에는 의도적인지 아예 합천군이라고 새겨져 있다.
다시 이정표가 있는 공터에 내려와 마지막 팀원이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해인사로 향한 발걸음을 옮긴다. 바윗길을 내려서면 하늘에 기우제을 지내던 곳이라는 '봉천대(奉天臺)/가야19명소'가 나오고 해인사까지 3.8km 남았다는 이정표가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14:36).
너덜지대 같은 바윗덩어리들이 만드는 능선길은 해인사를 바라보면서 가파른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기암괴석을 지나 만나는 철계단의 끝지점에는 이정표[←석조여래입상(보물 264호) ↓가야산 정상]가 세워져 있다(14:51). 산길을 따라 모두들 내려갔지만 좌측편에 있다는 석조여래입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4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의외의 다소 넓은 공터가 있으며 그 좌측편 바위 앞에 화강암의 여래입상이 있다(14:52). 몇 걸음 더 걸어가 있는 공터에도 촛불함이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기도를 하러 오는 신자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다시금 왔던 길을 따라 계단이 있는 정상 등산로로 되돌아 간다.
해인사 석조 여래입상(海印寺 石造 如來立像)
보물 제264호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목 부분이 잘렸고 발과 대좌도 없어져 원형을 잃었다. 현재의 크기는 210cm 정도이다.
양팔을 몸에 붙이고 반듯이 선 자세로 얼굴은 둥글며 코와 입이 작게 표현되어 있다. 머리는 소발(素髮)이며 육계(肉髻)는 낮다. 옷 주름은 상체는 V자형, 하체는 U자형이다.
얼굴, 신체의 양감 그리고 옷 주름에서 통일 신라시대 불상의 특징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균형을 잃은 경직된 자세, 평면적이고 소극적인 조각수법 등, 형식화 경향이 현저한 여래상이다. 제작시기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시대 초기로 짐작된다. - 안내문 전문(全文) 석조여래입상을 볼 때에는 무언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느꼈었는데 산행기를 쓰면서 안내문 사진을 보니 목부분이 없어 부자연스러웠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현장에서 좀더 세심히 살펴보지 못한 결과로 차후에는 이러한 실수가 없도로 해야겠다. 앞에서 내려가는 범솥말 선배님이 아직 야생화를 보지 못했다고 하여 등산로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내려간다. 고도가 낮아지는 반면 기온은 올라서인지 노랑색 야생화를 발견하고 사진을 촬영한다. 지금은 무슨 꽃이었는지 이름을 잃어버린 노란꽃을 비롯하여 고도를 낮추다 보니 얼레지가 지천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즈음 앞서 내려간 일행들이 부르는 소리에 끌려 개울가(토산골)로 내려가니 계곡물에 손발을 담그고 있는 중이다. 무더웠던 날씨에 흘린 땀을 잠시 씻어내고 발을 담가보지만 계절이 아직은 봄이어서인지 2분여를 못버틴다. 그렇게 이십여 분을 쉬었나 보다. 앞서간 일행들을 따라 다시금 복장을 정리하고 내리막길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산죽밭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에 세워진 이정표[↑1.9km 해인사 ↓상왕봉 2.1km]를 지나고(15:39) 오백 미터를 더 내려가 통나무다리를 건너면 잠시 후 극락골갈림길을 만나는데 출입금지된 곳이다(16:02, 출입금지구간은 '극락골갈림길~마애불입상~토산골갈림길'이며 2006년 4월 16일부터 통제되었다). 계곡물을 좌측에 두고 정비된 등산로를 따르다 보면 백운동탐방지원센터에서 보았던 계수기가 설치된 곳이 나오는데 우측에는 '그린포인트 적립장소'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초소가 있다(16:05). 그린포인트제도란 '자신이 발생한 쓰레기 및 방치된 쓰레기를 되가져오면 그 양에 상응하는 포인트를 제공하여 누적된 포인트로 공원시설(주차장, 대피소, 야영장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범국민 정화활동'이다.
(국립공원 그린포인트 블로그(http://blog.naver.com/knpsgreen) 참조) 다리를 건너 시원스런 계곡물을 따라 내려가면 우측 다리 건너편에 공사가 진행 중인 용탑선원이 나오고 조금 더 내려가니 '해인사 외나무다리'가 우측으로 보인다(16:12). 마지막 일행이 내려온 것을 확인한 후 주차장을 향해 계속 내려간다. '伽倻山海印寺'의 일주문 입구에는 '세계문화유산 해인사 고려대장경 판전'이라고 음각된 커다란 비석이 있다. 유치원생인 듯한 어린 아이들을 비롯하여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도로에 세워진 부도탑을 지나고 주차장에 이르니 이곳 역시 화사한 벚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중이다(16:32). 주차장을 벗어나면 59번 국도가 나오고 좌측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남산제일봉 등산로 입구가 있다(16:36). 가야산 만물상 능선 산행은 이곳에서 실질적으로 마감하고 '가야산 소리길'을 걷기로 한다. 소리길이 끝나는 축전주차장까지는 5.8km라고 되어 있다. 남산제일봉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다리를 건너야 하지만 우리는 '가야산 소리길'을 걷기 위해나무데크로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계곡과 나란히 걷다가 바로 아치형 나무다리(교량6)를 통해 물을 건넌다.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소리길 곳곳에 가야19명소 안내판이 보이지만 실제 명소라고 하는 곳은 안내사진과 달리 우거진 나뭇가지 등으로 사진과 달라 보여 실망스럽다. 부드러운 흙길을 걷다가 정비된 산책로를 만나기를 여러 번,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명상을 하라는 의미인 듯한 소리길을 오늘은 걷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다. 기복이 심하지는 않지만 잠시 올라서기도 하고 작은 물길을 건너기도 하면서 큰 계곡을 따라 나란히 가는 소리길, 중간중간 설치된 이정표가 남은 거리를 알려주고 있다. 해인사로부터 3.1km 떨어진 곳의 농산정(籠山亭)을 지나(17:12) 잠시 후 다리를 건너 만난 59번 국도를 따른다. 이 분여 후 홍류문이 보이는 곳의 도로 좌우측에는 키가 작지만 밑둥이 굵은 벚나무 여러 그루가 도열해 있다. 거의 고목 수준인 벚나무의 수령이 궁금한데 'ㅇㅇ번목'이라고 쓰인 비닐 코팅지가 붙어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보호되고 있는 모양이다. 홍류문(紅流門)을 나서니 오늘 산행을 같이 하지는 않았지만 차량 회수를 위해 와주신 대구 대정산악회 김은필님의 차량을 이용하여 백운동주차장에서 차량을 회수해 온 지원조가 기다리고 있다(17:18). 김은필님과 수인사를 나눈 후 아침에 타고온 차량에 다시 승차하니 백운리로 분기되는 삼거리에 주차한다.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김은필님이 공수해준 합천 막걸리와 홍어무침(?)으로 간단한 뒷풀이를 한단다. 산으로 맺어진 인연은 이렇게 끈끈한 정으로 이어지나 보다. 비가 내리겠다는 주간예보와 달리 전날 확인하였을 때에는 산행을 하는 시간대 이전에 비가 그칠 것이라던 동네예보, 전날 내린 비가 하늘을 청명하게 하여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암릉의 가야산 만물상 능선 … 이 모든 것을 이제는 다시 합천에 나두고 아침에 왔던 길을 따라 동대구로 향한다. 단지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그래서 망막에 각인된 영상과 즐거웠던 추억만을 담은 채 별로 지정체 없이 수월하게 동대구IC를 지나 음식점에 도착한다. 오늘 방통대 중간고사로 산행에 참석하지 못했던 시인(필명이 시인마뇽이지만 그냥 시인이라고 부른다)선배님과 개인적 사정으로 참석치 못했던 대구 참사랑산악회 권재형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여 준다. 오고가는 이야기는 끝이 없지만 서울로 가야하는 시간이 다가오면서 서울에서 만나기로 여운을 남기면서 자리를 정리한다. 만나서 반갑고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한 산행이었기에 더욱 더 기억에 남을 가야산, 삼십 몇 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멋모르고 찾았던 가야산의 기억을 떠올리며 서울행 KTX 열차에 승차하여 밤이 깊어가는 공간 속으로 빠져들면서 상념의 끈을 잠시 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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